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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우리서로
  • 2014-06-15 06: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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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 텅 빈 내장을 걸치고 퇴장하는 시간이 있다
저녁이 날을 세우고 배를 가른다

어둠이 옅게 둘러친 커튼 사이로
오래 달궈진 백열전구처럼 달빛이 새어들어올 때
소매를 걷어 올린 사람들이 배고픔을 기다리며
몇 점의 핏덩이를 가리킨다
울렁이는 정맥들

내 팔뚝에는 이것과 똑닮은 피가 흐르고 있어
그런데 아직도 당신과 나의 언어 사이에는 거미줄이 얽혀 있네요

그리고 정전-

황소의 방식으로 오랫동안 위장을 길들였다,
질긴 낮볕을 소화시키기 위해
끊어진 힘줄이 닿지 못한 곳을 잇기 위해.
(그러나 이것은 피고에게 불리한 진술이 될 것이다
이윽고 다시 불 켜짐)

굶주림을 구겨쥔 채 줄지어 있는 사람들 위로
간판 불빛이 고요를 묻히고 깜박일 때
진열장의 수인번호마다 새겨진 창백한 공백이
카인의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사람들은 배를 움켜쥐고 있다

도살된 짐승의 허리처럼 달이 굽어 가고
비로소 저녁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