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암당 정대 대종사

“요즈음 현대 교육을 받은 스님들이 늘어나고 또 매스컴이나 일반 불자들도 불교의 현대화를 주장하는데 저는 거기에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교리는 시대가 흐르고 공간이 바뀌어도 보편타당한 진리이기 때문에 그 가르침대로 따르다보면 시대에 맞게 되어 있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과 동국대학교 이사장을 지냈던 월암당 정대 대종사의 말이다. 스스로 불자라고 스스로 출가수행자라고 말하면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온 우주에 보편타당한 진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일갈이다. 정대스님은 그런 이유에서 ‘불교의 현대화’라는 말보다 ‘포교의 현대화’가 더 올바른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나아가 날이 갈수록 귀족화되어가는 불교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포교당 같은 경우에도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 열려고 하지, 저 달동네로 찾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려는 원력이 부족해요.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 절실한 어렵고 소외된 이들이 오히려 불교에서 멀어지고 있어요.”

오늘의 불교가 어느 지점에 있어야 하는지를 말한 것이지만 정대스님의 지적과 안타까움은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 총무원장 재직시절 조계사 마당에서.

정대스님이 열반한지 5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스님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한편에서는 ‘사판승’으로 치부해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하지만, 스님은 이판을 모르는 사판이 아니었다.

일찍이 전강스님 문하로 출가해 종단의 요직을 두루 거쳤던 정대스님은 그 누구도 행하지 못한 불교계 숙원사업을 거뜬히 해냈다. 그러한 활발한 ‘사판’ 활동 중에도 끊임없이 법문을 통해 불자들을 만나고 초심자들을 부처님 곁으로 이끌었다.

정대스님의 법문과 행장을 담은 책 <천지는 꿈꾸는 집이어니>는 흔히 보는 추모 법문집과는 형식을 달리하고 있다. 정대스님의 법문을 깨달음과 수행, 회향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엮었다.

또 스님을 기억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말하는 스님과의 인연을 모아 담았다.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고심정사 주지 원택스님, 화성 신흥사 주지 성일스님, 용화사 주지 성주스님, 박지원 국회의원, 서화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백도웅 목사, 이석심 조계종총무원 총무차장, 소설가 김성동 씨, 유동관 카이스트 학생 등 정대스님을 회고하는 이들의 글에는 스님과 맺었던 소중한 인연들이 담겨 있다.

월암문도회는 이 법문집을 오는 22일 용주사에서 봉행되는 ‘월암담 정대 대종사 열반 5주기 추모법회’에 봉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