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화두라고 해서 없을 '무(無)'자나 '시심마(是甚　)'처럼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끌어안고 수행을 한다고 마음 끓이지 말고, 현실에서 가족들 보살피고 동료들과 웃고, 울고, 가끔은 다투기도 하면서 마음 속에 화두, 즉 '늘 잊지 않고 지내는 어떤 생각'을 갖고 생활하면 그것이 곧 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생활에 필요한 선입니다."(정대 스님 법문 '화두를 일상생활에 응용하라' 중에서)

사판(事判)의 선지식으로 불리우는 정대 스님의 법문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 조계종 월암문도회가 1999년 조계종 제30대 총무원장을 지낸 정대 스님 열반 5주기를 맞아 스님이 살아생전 신륵사와 용주사, 조계사 등에서 법문한 내용을 역은 법문집 '천지는 꿈꾸는 집이어니'(초담)를 펴냈다.

이 책은 정대 스님의 자유자재한 삶의 행장과 법문을 깨달음, 수행, 회향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엮었다. △깨달음편에는 '내가 곧 부처다'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 '무식해지기 위한 공부' '마음 속의 주인공' 등 18편 △수행편에는 '하루 24시간도 아닌 것이 없다' '화두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자신을 낮추는 공부' '부처와 중생의 차이점' 등 13편 △회향편엔 '불교지도자의 덕목 열 가지' '어떻게 죽어야 할까' '화두를 일상생활에 응용하라' '세상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 등 13편의 법문이 구어체 형식으로 짜여져 있다.

또 스님을 기억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스님과의 인연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서술해 놓은 인연편에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전 조계종 총무부장 원택 스님, 백도웅 목사, 소설가 김성동씨 등 10편의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가 김성동씨는 책을 통해 "스무살을 갓 넘긴 출가시절, 구도에 대한 열정을 삭힐 길 없어 괴로워하며 중국집 뒷방에서 돈도 없이 마시던 술값을 마치 관세음보살처럼 나타나 해결해준 스님을 기억한다. 게다가 비싼 안주까지 시켜주시며 경허 스님의 참선곡을 멋들어지게 부르고 사라진 스님을 잊을 수가 없다"며 "정대 스님은 선악미추와 시비분별이 끊어진 것 같은 자리에서 홀로 빙그레 웃음 짓고 계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 책에서는 스님의 법문 외에도 선사들의 일화와 선시도 함께 접할 수 있다. 법문 사이사이 적절하게 드러나는 선사들의 일화와 선시는 일상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행할 수 있는 선의 진수를 단순, 명쾌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내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스님은 이 책에서 선시를 이렇게 말했다. "선시를 많이 알고 있으면 말이 난초 향기와 같이 기품이 있게 됩니다. 제방에서 한 산중을 다스리는 노화상치고 시서(詩書)에 능하지 않은 사람이 없음을 왜 모르는가요."

이재우 기자 sanjuk@milgyonews.net